#1 이름만 대면 알 만한 A사에 최근 최고경영진의 특명이 떨어졌다. 현재 140여명인 임원 수를 두 자릿수로 줄이고 사업부서를 감축, 통폐합하라는 지시다. A사 관 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택경기 회복 가능성이 멀어진 가운데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건설업계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며 “우리 같은 메이저사들이 이 정 도인데, 중견중소건설사나 하도급사는 오죽하겠느냐”며 건설업계 전반에 대규모 구조조정 회오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2 중소주택업계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최근 국토해양부에 건설업체가 매입한 공공택지를 되사달라고 건의했다. 건설사들의 부도 도미노가 한창인 외 환 위기 때 단행된 ‘기업토지비축제도’의 부활을 요구한 것이다. 주건협 관계자는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택지계약을 파기하는 게 유리하다는 말이 나돌 정 도”라며 “주택구매 심리가 얼어붙고 그마나 낫다는 공공택지마저 금융조달 길이 막히면서 ‘사업을 접는 게 사는 길’이란 게 업계에 팽배한 분위기”라고 전 했다.
주택건설업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 공식 통계상 7월 말에만 미분양주택이 사상 최대인 16만 가구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색을 드러내면서 자금줄이 속속 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봄부터 고개를 들었다가 9월 위기설을 넘기면서 잠시 끊겼던 건설사 부도괴담도 다시 확산되며 건설사를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
8월 말까지 건설업체 부도건수는 종합건설사가 전년보다 16%(68→79곳) 늘었고 전문건설사는 무려 50%(83→145곳)나 폭증했다.
국토해양부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거의 매월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상반기 유가원자재 급등에 이어 하반기 미국발 금융쇼크가 가시화하면서 시장에 전혀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30일 주요 건설사 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업계의 건의사항을 다시 한번 수렴했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대출규제, 재건축규제, 전매제한 폐지는 물론 분양가상한제까지 다 풀어달라고만 하는데,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건의내용 대부분이 단독으로 할 수 없는 것인데다 국민은 고사하고 금융당국마저 설득하기 어려운 요구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출규제는 우리 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 핵심 축이고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도 역대 정권마다 경험한 재건축발 시장불안을 누르는 핵심 기제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민간 주택부문이 급성장하면서 민간공공건설 간 수주비중이 7대 3으로 역전했고 자금줄을 쥔 금융권의 건설업에 대한 영향이 절대적 수준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금융권 역시 단일업종인 건설을 돌아볼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비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정책 기조를 가늠할 만한 의미있는 발언을 남겼다.
이 총재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가경제에 약이 될 수 있다. 전체 산업 중 한두 개 업종의 구조조정을 촉진해 경제 전반의 거품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품이 낀 한두 개 업종에 건설이 포함됨은 물론이다.
새 정부의 건설정책 기조는 물론 이를 반영할 국토부의 건설산업선진화 로드맵도 정부 내부의 이런 인식을 현실화할 전략으로 짜여진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MB정부의 건설정책 방향이 토목건축 쪽 공공공사 물량을 늘리되 원가를 낮춰 동일한 예산 투입 속에 외형을 유지하는 쪽을 지향한다”며 “주택 쪽은 유럽, 미국과 같은 단기 폭락이 아니라 연간 3~4%씩 10여년에 걸쳐 서서히 가격거품을 걷어낸 일본식 정책을 차용하되 그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모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진화위 쪽 한 전문가도 “운찰, 저가투찰로 먹고사는 페이퍼컴퍼니, 부실건설사가 자리잡을 수 없는 건설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국내외 건설환경의 일치가 선진화로드맵의 지향점”이라며 “건설비용 30% 절감 목표와 맞물려 원가기술경쟁력이 없는 건설사가 도태하는, 글로벌한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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