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의 적체로 돈줄이 막히고 불황기의 저점이 보이지 않는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부도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업계 일각은 전사적인 비용 절감도 한계에 봉착해 칼바람 부는 구조조정에 이미 착수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책이 핵심 규제를 피해 가면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건설업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소진되기는커녕 더 쌓여가고 금융기관의 신용경색으로 자금줄이 막힌 가운데 매수세마저 없어 사업 진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실종된 매수세부터 살려야
정부가 미분양 대책을 몇 차례에 걸쳐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대한주택공사와 대한주택보증 등을 통해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한다고 하지만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미분양 아파트가 16만 가구를 돌파한 가운데 주택공사가 매입한 미분양아파트는 고작 2,026가구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미분양 아파트를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겨 ABS(담보부채권)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분양 아파트가 16만 가구가 쌓인 상황에서 더 현실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실종된 매수세를 살려야 하며 집값 상승 불안을 해소하려면 대출규제를 순차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금난에 매수 없어 신규분양도 걱정
미분양아파트가 쌓이면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건설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신규 분양에 나서고 있다. 주택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분양에 나서는 이유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해외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대출이 빡빡해지면서 영세한 시행사가 자금 융통을 위해 건설업체들의 지급보증을 유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가 PF에 대한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예컨대 1,200억원을 대출받고 이자율이 10%라고 가정하면 매달 10억원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주택시장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분양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매수세가 실종돼 분양을 해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B건설사는 “지방에서 대단지 분양이 예정돼 있지만 금융부담 때문에 연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분양이 잘 돼야 자금을 회수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지만 매수세가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미래 불확성실도 커져
부동산 규제완화책이 마구잡이로 쏟아지면서 건설업체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재건축?재개발 규제의 핵심 규제가 언제 풀릴지, 대출 규제와 세금규제 완화가 이뤄질지를 몰라 주택사업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일한 주택공급책이었던 신도시에서 분양을 준비 중이던 건설업체들은 그린벨트 해제에 의한 공급확대정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2기 신도시에서 분양을 계획했던 건설업체들이 분양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당초 이달에 김포한강신도시에서 129?149㎡로 구성된 43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분양일정을 연기했다.
한양도 이달 말 파주신도시에서 85~148㎡ 78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분양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한양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로 2기 신도시의 관심이 떨어질 것으로 보여 이달 중순 회의를 열어 분양일정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직 통폐합?인력 조정 나서
최근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건설업체들의 임원들이 자리를 알아보러 여기저기 기웃거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는 예전에는 인턴사원을 뽑아 2개월 동안 근무하다가 문제가 없으면 입사를 시켰지만 이 중 20% 정도를 탈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건설업체들도 실적이 부진한 부서를 대상으로 조직을 통폐합하거나 인력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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