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회사채 시장이 갈수록 냉각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시장이 위축되면서 발행도 줄고, 거래도 줄었다. 특히 최근 리스크가 높아진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이 그야말로 바늘귀 뚫기다. 발행한다고 해도 여타 산업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이 외화표시채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달금리’가 싸다는 것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달러나 엔화표시채권을 발행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9일 포스코건설은 3년짜리 무보증 엔화표시채권 320억원을 발행했다.
포스코건설이 엔화표시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리는 3개월 유로엔 리보(Libor) 수익률에 2.60%를 가산한 수준. 롯데건설도 같은 날 1년짜리 엔화표시채권 213억원을 발행했다. 금리는 3개월 일본 리보 수익률에 1.50%를 가산한 수준이다.
달러표시채권을 발행한 곳도 있다. 지난달 25일 현대산업개발은 5,000만 달러의 달러표시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금리는 리보 3개월물 금리에 2.00%의 가산금리로 정해졌다.
이렇게 건설사들이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조달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은 발행 당시 3개월 유로엔 리보 수익률이 0.9%였던 것을 고려하면 조달금리는 3.50%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서 3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신용도가 좋은 포스코건설의 금리도 7%는 돼야 한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국내에서 그냥 회사채를 발행하면 7% 수준의 금리를 보장해줘야 한다”며 “금액은 320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국내 회사채 금리의 절반 정도에 자금을 조달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외화표시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달금리가 싸서 누구나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하고 싶겠지만 쉽지 않다. 특히 건설사들는 해외에도 리스크가 큰 산업으로 분류돼 있어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이 금리가 싼 엔화표시권을 각각 320억원과 213억원밖에 발행하지 못한 이유도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국제금융팀 관계자는 “외화표시채권이 금리가 낮지만 신용등급이 더블 A가 되지 못하면 발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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