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거침없이 폭등..1,400원 '가시권'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현석 이준서 기자 = 미국 뉴욕증시가 급락하는 등 미국, 유럽에서의 신용위기 공포가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후폭풍에 휩싸였다.
8일 원.달러 환율은 폭등해 1,360원대에 진입했고 국내 증시도 반등 하루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최근 금융시장이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도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있고 국내 경제 상황도 악화하고 있어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미.유럽發 패닉에 환율 또 폭등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 중 1,367원까지 치솟은 뒤 10시20분 현재 전날보다 37.90원 높은 1,36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2001년 4월4일 이후 7년 반 만에 1,360원대로 상승한 것으로 지난 7월 28일 1,006.00원에 비해서는 두 달여 만에 360원 급등했다.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미국 구제금융 법안의 의회 통과 이후로도 외화 유동성 부족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하루짜리(오버나이트) 달러화 리보 금리가 3.94%로 급등했고, 이날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현물 환율과 선물 환율 간 차이인 스와프포인트 1개월 물은 전날 수준인 -6.00원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 증시가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화 매수심리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5일간 1,400포인트(약 13%) 폭락하면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 & P) 500 지수도 5년 만에 처음으로 1,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가 달러화 매도 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손절매수가 촉발되는 양상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이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환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단기 환율 전망치를 거론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공포감이 진정되지 않고 있어 급등락 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며 "환율 레벨을 말하는 게 무의미한 장세"라고 말했다.
◇ 증시도 흔들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34.22포인트(2.47%) 내린 1,331.88을 기록 중이다. 이 지수는 뉴욕증시의 폭락 소식에 42.14포인트(3.08%) 내린 1,323.96으로 출발한 뒤 하락폭을 약간 줄였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글로벌 증시 추락에도 7거래일 만에 소폭 상승한 1,366.10으로 장을 마쳤으나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지수도 4거래일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400선을 밑돌아 현재 전날보다 9.65포인트(2.40%) 내린 392.30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전날보다 0.08%포인트 하락한 연 5.5%에서 거래됐다.
◇ "금융시장 당분간 요동"
전문가들은 국내외 변수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양상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 폭은 통상 추이를 벗어나 설명이 안 되는 점이 있다"면서 "연말이 되면 경상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외화자금 공급이 계속 위축되고 있고 외화자금 결제수요가 많아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낙폭이 작다"며 "글로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조금씩 안정되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환율은 사실상 통제선을 넘어서 글로벌 신용경색의 불안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며 "결국 글로벌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는다면 환율은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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